베네수엘라 석유대금 19조원는 어디에? (배경맥락, 투명성논란, 재건전망)

 베네수엘라 원유가 팔려 19조 원이 쌓였는데, 정작 베네수엘라 국고에 확인된 돈은 4500억 원뿐입니다. 이 기사를 처음 봤을 때 저는 '돈이 어디 갔냐'는 질문보다 다른 걸 먼저 떠올렸습니다. 자원 부국의 국민이 왜 자기 땅에서 나는 기름값을 자기 손으로 쓰지 못하는가. 그게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 마두로 축출 이후, 미국이 쥔 것

올해 1월, 미국은 군사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새 지도자로 내세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 통제권도 사실상 미국 손에 넘어갔습니다.  제가 이 흐름에서 주목한 건 '에스크로(Escrow)' 구조입니다. 에스크로란 거래 당사자 중 한 쪽이 자금을 직접 쓰지 못하도록 제3자가 맡아 관리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미국 행정부가 공식 행정명령에서 "보관 및 관리(custodian)" 역할이라고 명시한 것도 바로 이 논리입니다. 쉽게 말해, 베네수엘라 이름으로 번 돈이지만 미국 측의 승인 없이는 한 푼도 꺼낼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발언에서 "베네수엘라 석유로 많은 돈을 벌고 있다", "군사작전 비용의 28배를 회수했다"고 직접 밝혔습니다. 공식 입장과 대통령 발언이 충돌하는 셈입니다. 저는 이 지점이 가장 불편했습니다. 보관자라면 절대 할 수 없는 말을 최고 책임자가 직접 하고 있으니까요.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 수입은 GDP(국내총생산)의 약 4분의 1을 차지합니다. GDP란 한 나라에서 일정 기간 동안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총가치를 뜻합니다. 국가 살림에서 이 비중이 막힌다는 건, 단순히 세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운영 자체가 흔들린다는 의미입니다.

## 130억 달러와 3억 달러 사이, 무엇이 사라졌나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운 데이터와 유가 정보를 종합 분석해 미국이 올해 베네수엘라 원유 판매로 관리하는 자금이 130억 달러(약 19조 원) 이상이라고 추산했습니다. 반면 베네수엘라 정부가 운영하는 수입 추적 사이트에 확인된 입금 내역은 3억 달러, 단 한 건뿐입니다. 이 간극을 두고 미국 의회가 초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호아킨 카스트로 하원의원(텍사스)은 "행정부가 투명성 없이 수십억 달러를 통제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공화당의 마리아 엘비라 살라자르 하원의원(플로리다)도 "자금 사용처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집권당 의원까지 문제 제기에 나선 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사안을 이해하는 데 핵심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재정 투명성(Fiscal Transparency)입니다. 재정 투명성이란 정부나 관리 주체가 예산 수입과 지출 내역을 공개해 외부 감사와 시민 검증이 가능하도록 하는 원칙을 말합니다. 베네수엘라 경제학자 호세 게라가 "돈은 다 어디로 갔는가, 전혀 투명하지 않다"고 분노한 것도 결국 이 원칙의 완전한 부재를 지적한 겁니다. 저는 이 문제를 단순히 '석유대금 실종' 사건으로 보지 않습니다. 미국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그 돈은 베네수엘라의 자산이지만, 사용하려면 우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을 때, 자금 관리는 이미 정치적 레버리지(leverage), 즉 협상 압박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수입 확인 불가: 로드리게스 정부의 공개 사이트에 3억 달러 단 1건만 기록

- 집행 주체 모호: 미국 행정부 내에서도 '보관'과 '수익' 사이에서 설명이 엇갈림

- 경제 회복 지연: 경제학자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에 따르면, 석유 수입이 늘었음에도 1분기 성장이 저조한 이유가 자금 미환류 때문으로 분석됨

- 의회 감시 공백: 행정부가 의회 보고 없이 자금을 관리하는 상황

## 지진 피해 복구, 돈은 있는데 쓸 수가 없다

지난 6월 24일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대지진은 이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유엔(UN)은 피해 복구에 370억 달러(약 54조 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출처: UN](https://www.un.org)). 그런데 미국이 공식적으로 제공한 재난 구호 지원금은 3억 860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미국이 관리 중인 130억 달러의 3%에도 못 미치는 금액입니다. 여기서 ODA(공적개발원조)와 재난 구호의 차이를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ODA란 선진국 정부가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복지 향상을 위해 제공하는 공식적인 자금 지원을 의미합니다. 이번 미국의 지원은 ODA 성격도, 석유대금 환급도 아닌 별도 예산으로 처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즉, 베네수엘라 몫의 자원 수익은 여전히 묶여 있는 채 소액의 '구호금' 형태로만 지급된 셈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는 단기 재건을 근본적으로 가로막습니다. 지진 복구처럼 대규모 인프라 재건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피해국 정부가 자체 재원을 직접 집행할 수 있어야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외부 승인을 거쳐야 하는 에스크로 구조에서는 긴급 발주, 계약, 집행의 모든 단계가 지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베네수엘라 로드리게스 정부가 자원 회수 협상을 위해 미국과 IMF(국제통화기금) 양쪽과 동시에 접촉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입니다. IMF란 회원국의 금융 안정과 국제수지 지원을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로, 구조조정 조건과 연계한 자금 지원을 주요 역할로 합니다([출처: IMF](https://www.imf.org)). 베네수엘라 입장에서는 자국 원유 수익을 되찾아오기 위해 국제기구까지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자국 자원 수익을 받으려고 구조조정 기관 문까지 두드려야 한다는 현실이, 이 문제의 무게를 다시 실감하게 합니다.

결국 이 사안의 핵심은 130억 달러가 어디 있느냐가 아닙니다. 자원 부국의 국민이 자기 땅에서 나는 기름값을 자기 손으로 쓰지 못하는 구조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그 점입니다. 미국이 관리 주체라면 그에 걸맞은 투명성을 갖춰야 하고, 그것이 최소한의 책임입니다. 지금처럼 집권당 의원까지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나서는 상황이라면, 이 문제는 국제 외교 쟁점에서 미국 내부의 정치 문제로도 번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의회 차원의 청문회나 감사 요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그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외교·법률·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news.nate.com/view/20260722n27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