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증시 반등 (순환매, TSMC 의존도, 전통산업주)

 뉴스 헤드라인만 보고 "오늘 대만 증시 올랐네" 하고 넘어가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7월 3일 자취안지수가 0.08% 올랐다는 숫자 뒤에는 반도체 주도주가 흔들리면서 돈이 엉뚱한 곳으로 피신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 0.08% 반등의 민낯, 순환매란 무엇인가

이날 자취안(加權)지수는 4만6780.62로 마감하며 전일 대비 0.08% 올랐습니다. 숫자만 보면 상승이지만, 실제 장중 흐름을 보면 4만5880.69까지 밀렸다가 겨우 회복한 모양새였습니다. 제가 직접 일중 등락폭을 확인했을 때 솔직히 "이게 반등이라고?" 싶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순환매(Rotation)입니다. 순환매란 특정 업종에 몰렸던 자금이 빠져나와 다른 업종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강세장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주도주가 피로를 느낄 때 방어적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날 대만 증시의 움직임은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실제로 이날 오른 업종을 보면 방직주 3.60%, 석유화학주 2.37%, 제지주 3.21%, 해운주 창룽해운 5.12%, 금융주 1.11%였습니다. 반면 시장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자기기주는 0.24% 하락했습니다. 지수가 올랐는데 핵심 업종이 빠졌다는 사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오른 것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방직주: 신광합성섬유 9.93%, 신팡실업 2.32%

- 해운주: 창룽해운 5.12%, 완하이 해운 4.94%, 아세아 항공 9.84%

- 금융주: 타이신 신광금융 3.48%, 화난금융 2.87%

- 석유화학주: 대만 플라스틱 4.02%, 르성화학 3.71%

전통산업주가 골고루 올랐다는 것은 특정 호재보다는 자금 분산 움직임으로 읽는 것이 맞습니다([출처: 대만증권거래소(TWSE)](https://www.twse.com.tw)).

## TSMC 의존도, 대만 증시의 구조적 취약점

이번 장세를 보면서 저는 다시 한번 대만 증시의 TSMC 의존도 문제를 실감했습니다. TSMC 한 종목이 전체 시가총액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날 TSMC는 0.81% 하락했는데, 이것만으로도 지수 전체에 상당한 압박이 가해졌습니다. 만약 전통산업주가 받쳐주지 않았다면 지수는 마이너스로 마감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시가총액 비중(Market Cap Weight)이란 지수를 구성하는 전체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 중 특정 종목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TSMC의 비중이 40%라는 것은, TSMC가 1% 빠질 때 다른 종목들이 평균적으로 0.67%는 올라야 지수가 겨우 보합을 유지한다는 뜻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는 상승장에서는 강력한 무기가 되지만, 주도주가 꺾이는 구간에서는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실제로 반도체 설계개발주 롄파과기가 3.45%, 광학렌즈주 다리광전이 1.51%, 췬촹광전이 2.37% 하락했습니다. 전자기기 생태계 전반이 동반 약세를 보인 것입니다.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시장에 자금 유입이 충분하지 않아 미국과 대만 증시가 순환매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데, 저는 이 표현이 상황을 정확하게 짚었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신규 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기존 자금끼리 자리만 바꾸는 제로섬에 가까운 장세가 됩니다. 이런 구간에서 지수 상승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습니다. TSMC가 오는 16일 실적설명회(Earnings Call)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실적설명회란 기업이 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경영진이 투자자·애널리스트 질문에 직접 답하는 자리입니다. 반도체 업황 전반의 가이던스가 나오는 자리인 만큼, 이 자리가 단기 시장 방향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전통산업주 강세, 안도 랠리인가 기회인가

전통산업주가 올랐다는 소식을 접하고 "드디어 소외주 차례가 왔나"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봤습니다. 이날 전통산업주의 상승은 내러티브 전환보다는 단기 피난처로서의 성격이 더 강해 보였습니다. 안도 랠리(Relief Rally)란 악재가 예상보다 크지 않거나 불확실성이 일시적으로 해소될 때 나타나는 단기 반등을 말합니다. 전날 미국 반도체 약세가 시장에 충격을 줬지만 "그래도 붕괴 수준은 아니다"라는 안도감이 저평가 전통주로의 매수를 자극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거래액은 1조155억7000만 대만달러(약 48조6864억원)로 꽤 두터웠습니다. 거래대금이 많았다는 것은 단순히 몇몇 종목이 급등한 게 아니라 시장 전반에 자금 이동이 있었다는 방증입니다. 제가 직접 업종별 등락을 확인해봤을 때, 847개 종목이 상승하고 199개가 하락했다는 숫자도 폭넓은 순환매임을 뒷받침합니다.

다만 이런 흐름이 지속 가능한 트렌드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대만 증시에서 전통산업주가 지수를 주도한 시기는 역사적으로 길지 않았습니다([출처: Bloomberg Markets](https://www.bloomberg.com/markets)). 결국 시장의 방향성은 다시 반도체·AI 섹터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대만 증시 흐름에서 저는 한 가지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지수가 올랐다는 사실보다 "어디서 팔고 어디로 샀느냐"를 보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TSMC 실적설명회가 열리는 16일까지는 방향성을 단정하기 어렵고, 이 기간 동안 순환매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투자 결정 전에 업종별 자금 흐름과 실적 가이던스를 함께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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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4045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