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영국 탄소시장 연결 (배경, 기업비용, CBAM)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사임으로 EU와 영국의 배출권거래제 연결 협상이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접했을 때 "협상 타결 전에 장기 납품계약을 맺어야 하는 수출기업은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탄소비용이 무역조건을 바꾸고 있는 현실을 이 글에서 짚어보겠습니다.
## 영국 총리 사임이 탄소시장 협상에 영향을 주는 이유
탄소 규제를 논의하다 갑자기 왜 총리 이야기가 나오는지 의아하셨나요? 사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EU와 영국은 각각 독립적인 ETS(Emissions Trading System,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TS란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설정하고, 기업이 그 한도 내에서 배출권을 사고팔아 감축 비용을 줄이는 제도입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2021년부터 EU ETS와 분리된 자체 UK ETS를 운영해왔고, 두 시장의 배출권 가격은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두 시장이 분리된 채로 남아 있으면 기업 입장에서 가격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EU 기후담당 집행위원 Wopke Hoekstra는 영국 정치 상황이 협상 속도에 영향을 준다고 공식 언급하면서, 상황을 '보정(calibrate)'해야 한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행정부 교체는 협상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EU 입장에서도 섣불리 합의안을 밀어붙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협상이 지연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두 시장의 가격 격차는 고스란히 기업 비용으로 전가됩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정치 일정이 환경정책의 속도를 결정하는 구조를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 두 ETS가 연결되면 기업 비용은 어떻게 달라지나
"영국에서 이미 탄소 비용을 냈는데, EU로 수출할 때 또 내야 하나요?" 이게 현장에서 나오는 가장 현실적인 질문입니다. 제가 직접 이 구조를 들여다봤을 때 꽤 복잡한 계층이 있었습니다. 현재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탄소집약 제품을 영국에서 EU로 수출하면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탄소국경조정제도)이 적용됩니다. CBAM이란 EU가 역외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내재배출량을 산정하고, EU 탄소가격과의 차액만큼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즉, 영국 공장에서 이미 UK ETS 비용을 지불했더라도, EU 수입자는 그 차액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중 부담 구조가 발생하는 겁니다. 두 ETS가 연결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연결된 ETS에서는 배출권을 두 시장 간에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고, 상호 CBAM 면제 조건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영국 기업이 EU로 수출할 때 추가 탄소비용 없이 기존 UK ETS 납부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다만 이건 아직 협정 체결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ETS 연결로 바뀌는 핵심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배출권 상호 인정: 두 시장 간 배출권 거래 가능, 가격 차이로 인한 비용 격차 축소
- CBAM 중복 부담 완화: 영국에서 납부한 탄소가격을 EU 수입 신고 시 차감 인정
- 행정 비용 감소: 내재배출량(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총량) 이중 신고 부담 경감
- 가격 안정성 향상: 단일화된 탄소가격 신호로 장기 투자 예측성 제고
중요한 점은, 연결이 된다 해도 기업의 탄소비용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배출량이 많은 공장은 여전히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연결의 효과는 "중복 부담을 줄이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 차이를 명확히 이해해야 협상 결과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EU는 2026년부터 CBAM 전환 기간을 종료하고 실제 탄소비용 납부를 의무화할 예정입니다([출처: 유럽집행위원회](https://ec.europa.eu/taxation_customs/carbon-border-adjustment-mechanism_en)). 이 일정이 협상 지연과 맞물리면 영국 수출기업의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 지금 당장 수출기업이 확인해야 할 것
협상 결과를 기다리며 손 놓고 있어도 될까요? 저는 그건 위험하다고 봅니다. 협상 지연기에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장기 납품계약서의 가격 조정 조항입니다. CBAM 비용이 수입자 부담인지 수출자 부담인지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으면, 탄소가격이 오를 때 비용 귀속 문제로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조항은 계약 당시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넘어가기 쉬운데, 실제 청구 시점이 되면 꽤 복잡한 문제가 됩니다.
영국에 현지 파트너를 둔 한국 기업도 주목해야 합니다. ETS 연결이 성사되면 영국 경쟁사의 EU 수출비용이 낮아지는 반면, 한국 수출기업에는 직접적인 CBAM 면제 혜택이 생기지 않습니다.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환경정책이 단순한 관세 이상으로 산업 경쟁 조건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내재배출량(Embedded Emissions) 산정 역량도 지금부터 쌓아야 합니다. 내재배출량이란 제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원자재 채취부터 완제품 출하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총량을 말합니다. CBAM 신고는 이 수치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산정 방법론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 실제 납부액이 예측을 크게 벗어날 수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국경 조치가 확대될수록 산업 부문의 배출량 데이터 관리 역량이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출처: IEA](https://www.iea.org/topics/carbon-capture-utilisation-and-storage)).
협상이 언제 타결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탄소비용이 무역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방향은 이미 분명합니다. 저는 결과를 기다리기보다 계약서 검토와 배출량 데이터 관리부터 시작하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세무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www.marketscreener.com/news/eu-says-talks-over-linking-eu-and-uk-emissions-trading-systems-impacted-by-uk-politics-ce7f5fd8d08df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