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재무장 (국방비 증액, F-35 튀르키예, 가치동맹 해체)

 솔직히 이번 앙카라 나토 정상회의 뉴스를 보면서 처음엔 "그래, 유럽이 드디어 안보 비용을 분담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한 줄씩 읽다 보니 뭔가 찜찜한 감각이 올라왔습니다. 독일이 국방예산을 33% 늘린다는 발표 뒤에는 미국산 무기 구매 압박이 세트로 붙어 있었고, 튀르키예 F-35 복귀 검토 뒤에는 원칙이 아닌 전략 계산이 보였습니다. 이게 동맹의 결속인지, 아니면 거래의 완성인지를 두고 저는 한동안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 국방비 증액: 자주국방인가, 미국산 무기 시장인가

독일 내각이 내년 국방예산을 822억 유로에서 1,090억 유로로 약 33% 늘리기로 의결했습니다. 숫자 자체는 묵직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관련 보도를 여러 건 비교해 읽어보니, 이 발표 타이밍이 앙카라 나토 정상회의 개막 하루 전이라는 점이 계속 눈에 걸렸습니다. 독일만이 아닙니다. 폴란드는 이미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4.3%를 넘었고, 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같은 발트 3국도 러시아와의 지리적 인접성을 이유로 지출을 가파르게 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라는 지표를 잠깐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 수치는 한 나라의 경제 규모에서 국방에 얼마를 쓰는지 보여주는 비율로, 나토는 회원국에 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할 것을 오랫동안 권고 기준으로 삼아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헤이그 정상회의에서 이 기준이 2035년까지 5%로 상향 합의됐습니다. 이 수치는 냉전 시기에도 달성한 나라가 드물었을 만큼 높은 목표입니다. "유럽이 이제 스스로 안보 비용을 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도 그 논리 자체를 반박하기는 어렵습니다. 수십 년간 미국이 나토의 군사적 부담을 사실상 떠안아온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로 "트럼프 압박에 맞춰 유럽이 미국산 무기 구매 시장이 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나토 사무총장이 정상회의 당일 "수백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무기 계약을 발표하겠다"고 직접 언급했다는 점은 이 의구심을 뒷받침합니다.

실제로 제 경험상, 동맹의 언어와 거래의 언어는 표면상 비슷해 보여도 결이 다릅니다. CAATSA(적대 세력에 대한 제재를 통한 대응법)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면 이 차이가 명확해집니다. CAATSA란 미국이 자국의 안보 이익에 반하는 무기 거래를 한 국가에 경제적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만든 법으로, 쉽게 말해 "미국 말 안 들으면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준다"는 규정입니다.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가 이 법에 따라 F-35 프로그램에서 퇴출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번 앙카라 정상회의에서 주목해야 할 구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 독일, 폴란드, 발트 3국: 국방비 증액 속도가 빠르고 미국과의 관계 관리에 적극적

-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재정 적자 누적으로 증액 속도가 느리고 트럼프와 갈등 가능성 상존

- 튀르키예: F-35 복귀 검토를 통해 나토 내 입지를 재구성하려는 움직임

영국의 경우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2030년까지 2.7%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나토가 합의한 5% 목표와 격차가 큽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스타머 총리가 이번 회의에서 트럼프와 외교적 갈등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출처: The Guardian](https://www.theguardian.com)).

## F-35 튀르키예 복귀 검토: 원칙이 흔들리는 자리

제가 이번 기사에서 가장 오래 눈길이 머문 대목은 튀르키예의 F-35 프로그램 복귀 검토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튀르키예는 2019년 러시아산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서방과 정면충돌했고, 그 결과 F-35 개발 프로그램에서 공식 퇴출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도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아 '나토의 문제아'라는 평가를 들어왔습니다. S-400이란 러시아가 개발한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방공 시스템입니다. 나토가 이 무기 도입을 문제 삼은 이유는 S-400의 레이더 시스템이 F-35의 스텔스 성능과 전자전 특성을 역으로 분석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F-35의 약점을 러시아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문제는 지금도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올 2월 이란 전쟁이 발발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나토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재래식 전력을 보유한 튀르키예의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르도안 대통령이 주최하지 않았으면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직접 말한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힙니다. 원칙보다 전략적 필요가 앞서는 순간입니다. 저는 이 장면이 나토의 결속에 긍정적 신호라고 단순히 보기 어렵습니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현재 중동에서 F-35를 운용하는 유일한 나라인 이스라엘은 튀르키예의 F-35 도입이 지역 패권 경쟁에서 자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가 공개적으로 "미국이 튀르키예의 F-35 프로그램 복귀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발언한 것은 이 불안감의 표현입니다.

F-35 라이트닝Ⅱ는 록히드 마틴이 개발한 5세대 다목적 스텔스 전투기로, 현존하는 전투기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스텔스 기술과 전자전 능력을 갖춘 기종으로 평가받습니다. 5세대 전투기란 스텔스 설계, 첨단 센서 융합, 초음속 순항 능력을 모두 갖춘 전투기 세대를 의미하며, 현재 미국·영국·이스라엘·한국 등 일부 국가만 운용하고 있습니다. 나토 회원국에 이 기종이 확산되는 것은 집단 방위력 강화라는 명분이 있지만, 튀르키예처럼 러시아산 무기 체계를 동시에 보유한 국가에 공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정상회의를 두고 트럼프가 나토를 가치 기반 동맹에서 비즈니스 틀로 재구성했다고 분석했습니다([출처: POLITICO](https://www.politico.com)). 제 경험상 이 표현이 꽤 정확하게 상황을 짚고 있다고 봅니다. 가치동맹(value-based alliance)이란 민주주의·법치·인권 같은 공동의 규범을 근거로 결속하는 동맹 구조를 말하는데, 지금의 나토가 그 틀을 얼마나 유지하고 있는지는 솔직히 물음표가 붙습니다.

정리하면, 이번 앙카라 정상회의는 "누가 국방비를 더 내느냐"보다 훨씬 큰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나토가 공동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안보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비용과 무기 거래로 작동하는 군수·비용 동맹으로 재편될 것인지입니다. 저는 이 변화가 단기적으로 방위력을 높일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동맹의 신뢰 기반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앞으로 나토 관련 뉴스를 접할 때, 증액 수치보다 그 뒤에 어떤 거래가 붙어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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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73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