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식품 수출 위기 (수출 감소, 브렉시트, 관세)
솔직히 저는 영국산 제품이 왜 예전보다 보기 힘들어졌는지 한동안 그냥 넘겼습니다. 수입 식품 코너에서 영국산 비스킷이나 소스가 없어진 걸 느끼면서도 "그냥 유행이 바뀐 건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최근 숫자를 들여다보니 이건 유행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영국 식품·음료 수출 물량이 2026년 1분기에만 전년 대비 8.9% 줄었고, 코로나 시기를 빼면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 브렉시트 이후 수출 감소, 숫자가 말하는 것
영국 식품·음료 업계를 대표하는 로비 단체인 FDF(Food and Drink Federation)가 공식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수출 금액 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4.8% 줄어든 57억 파운드(약 7조 5천억 원)에 그쳤습니다. 여기서 FDF란 영국 내 12,000개 이상의 식음료 기업을 대변하는 산업 단체로, 정부 정책에 직접 목소리를 내는 공신력 있는 기관입니다([출처: FDF](https://www.fdf.org.uk)). 제가 이 수치에서 주목한 부분은 EU 수출입니다. EU로의 수출 물량이 6.9% 감소했는데, 이는 브렉시트(Brexit) 이후 누적된 비관세장벽(NTB, Non-Tariff Barriers) 때문입니다. NTB란 관세 외에도 통관 서류 요건, 위생 검사, 원산지 증명, 운송 지연 등 무역을 실질적으로 막는 모든 제도적 장벽을 가리킵니다. 말하자면 관세가 없어도 수출이 어려워지는 구조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체감으로 가장 날카롭게 느껴집니다. 소규모 식품 제조사일수록 통관 절차 하나가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단위 원가가 흔들립니다. 제조 마진(Margin)이 이미 박한 식품 업계에서 서류 비용, 검사비, 운송 지연 손실이 겹치면 EU 시장을 포기하거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가 나눠 집니다.
이번 수출 감소의 핵심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브렉시트 이후 EU 수출 시 비관세장벽(NTB) 증가로 절차 복잡성 상승
- 에너지 비용과 인건비가 경쟁국 대비 높아진 제조 원가 부담
- 미국 추가 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 가치 27.9% 급감
- 국내 규제 강화로 인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비용 추가 발생
여기서 컴플라이언스 비용이란 법령, 위생 기준, 라벨 규정 등 각종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발생하는 비용을 말합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직접 생산비 외에도 이런 간접 비용이 꾸준히 올라가는 것이 큰 부담입니다.
## 미국 관세 충격과 정부 대응의 역설
대미 수출 감소는 특히 제가 예상보다 더 크게 받아들인 부분입니다. 수출 금액 기준으로 27.9%가 줄었다는 것은 단순히 물량 감소가 아니라 영국 식품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2025년 미국이 부과한 추가 관세는 보복관세(Retaliatory Tariff) 성격을 띠었고, 영국산 식품의 가격 경쟁력을 직접 훼손했습니다. 보복관세란 상대국의 무역 조치에 맞대응해 추가로 부과하는 관세로, 협상 카드로도 쓰이지만 실제 피해는 수출 업체가 먼저 흡수하게 됩니다. 반면 미국에서 영국으로 들어오는 수입은 같은 기간 11.5% 늘었습니다.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나는 구조, 무역수지(Trade Balance) 측면에서 보면 영국 식품 산업이 받는 압박이 수치로 정확히 드러납니다. 무역수지란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격차가 커질수록 국내 산업 기반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 수출 감소를 단순히 브렉시트 탓으로만 보는 시각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EU 장벽, 미국 관세, 에너지·인건비 부담, 규제 비용이 동시에 누적된 결과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초콜릿, 비스킷, 잼 등 일부 품목에 관세 유예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FDF는 오히려 "국내 제조사가 더 힘들어진다"며 반대 입장을 냈습니다. 이 부분이 저도 흥미로웠습니다.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정책이 국내 제조업 기반을 약화시키는 역설이 생기는 겁니다. 영국 정부가 실질적으로 필요한 건 관세 유예보다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 즉 식품 제조에서 유통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전반의 비용 구조를 낮추는 정책이라고 봅니다. 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통관 절차를 단순화하고, 소규모 수출 업체가 감당할 수 없는 규제 부담을 줄이는 방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게 FDF의 요구이기도 합니다([출처: Reuters](https://www.reuters.com/world/uk/uk-food-exports-fall-decade-low-says-fdf-2026-06-25/)).
결국 이 이야기는 영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관세와 규제가 어떻게 식품 가격과 소비자 선택지를 바꾸는지 보여주는 생활경제의 단면입니다. 저는 이 뉴스를 본 이후로 수입 식품 코너를 지나칠 때 가격표를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그 가격 뒤에 얼마나 많은 비관세장벽과 관세 비용이 쌓여 있는지를 생각하면, 단순히 비싸다고 넘기기가 어렵습니다. 영국산 제품이 다시 선반에 더 많이 놓이려면 무역 협상뿐 아니라 제조 현장의 경쟁력 회복이 먼저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며, 전문적인 무역·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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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reuters.com/world/uk/uk-food-exports-fall-decade-low-says-fdf-2026-06-25/?utm_sour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