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 통행료 (우방국 할인, 에너지 수송로, 해상 통제권)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것도 중국 같은 우방국에는 할인 혜택까지 주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저는 이 뉴스를 처음 봤을 때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에너지 수송로에 정치적 가격표가 붙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 우방국 할인이라는 발상, 문제의 본질은 따로 있습니다

중국 주재 이란대사가 베이징 세계평화포럼에서 한 발언은 생각보다 훨씬 파급력이 큽니다. "중국은 분명한 우방국이므로 해협 통행에 특별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공개 석상에서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선언이나 다름없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호르무즈해협의 법적 지위입니다. 호르무즈해협은 국제법상 통과통항권(Transit Passage)이 적용되는 국제 수로입니다. 통과통항권이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모든 국가의 선박이 국제해협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특정 국가가 허가를 내주거나 통행료를 받을 수 있는 성격의 바닷길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미국과 걸프 산유국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상황을 더 들여다보면서 불편했던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이 이미 해협 통과 과정에서 일정한 요금을 지불하는 데 조용히 동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는 점입니다. 법적으로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돈을 내고 있다면, 그건 이미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실제로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https://www.eia.gov)). 이 바닷길이 막히거나 통제되기 시작하면 에너지 가격은 물론 글로벌 물류 전체에 충격이 옵니다. 제가 보기에 이란은 군사적 봉쇄 카드 대신 훨씬 영리한 방식을 꺼내든 셈입니다. 요금·허가·우방국 할인이라는 경제적 통제 장치를 천천히 구축하는 것입니다.

지금 각국의 입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미국·걸프 산유국: 어떤 형태의 통행료도 불허. 국제 수로 원칙 고수

- 중국·러시아: 이란 입장에 우호적. 중국은 할인 혜택 대상으로 직접 언급

- 유럽: 입장이 엇갈림. 일부는 비용 지불을 조용히 검토 중이나 국적 차별에는 반대

- 해운·보험업계: 통행료보다 불확실성과 제재 위험, 선박 보험료 상승을 더 큰 문제로 인식

## 에너지 수송로가 정치적 가격표를 갖기 시작하면 생기는 일

이 문제를 단순히 "중국이 싸게 지나가느냐 아니냐"로 보면 본질을 놓칩니다. 제가 이 이슈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본 결과, 핵심은 선례(先例)입니다. 한 번 통행료 징수가 기정사실화되면 다른 해협이나 전략 수로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란과 오만이 협력해 새로운 협정을 만들겠다는 발언도 그냥 넘기기 어렵습니다. 말라카해협(Strait of Malacca)이나 수에즈운하(Suez Canal) 같은 다른 병목 수로들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비슷한 논리가 거론됩니다. 말라카해협이란 동남아시아 말레이반도와 수마트라섬 사이를 잇는 해협으로, 아시아로 향하는 원유와 컨테이너 물동량의 핵심 통로입니다. 이 수로들이 하나씩 '조건부 통과'의 논리에 편입되기 시작하면 국제 해상 교통의 기본 전제가 흔들립니다. 운임 지수(Freight Index)라는 개념도 이 맥락에서 봐야 합니다. 운임 지수란 국제 해운 시장에서 화물 운송 비용의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로, 통항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가파르게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홍해 후티 사태 당시 컨테이너 운임이 급등한 사례를 우리는 이미 경험했습니다([출처: 발틱거래소(Baltic Exchange)](https://www.balticexchange.com)). 통행료 문제가 현실화되면 운임 지수 상승은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 절차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후계 구도조차 불안정한 이란이 이렇게 공격적인 경제 외교 카드를 꺼낼 줄은 몰랐습니다. 후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암살 위협을 우려해 아버지 장례식에도 불참할 정도로 이란 내부 상황은 불안하지만, 외교적 행보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내부 불안을 외부 협상 이슈로 돌리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지정학 리스크를 다루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상황을 예측하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비 구조를 미리 만드는 것입니다. 호르무즈해협 상황은 예측보다 대비가 훨씬 더 중요한 케이스입니다.

결국 이 상황이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입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특정 수로에 물동량이 집중된 구조를 가진 나라일수록, 이 문제가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앞으로 이란-오만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이 어떻게 구성되느냐를 주시할 생각입니다. 통행료 부과의 실질적 범위와 우방국 기준이 명문화되는 순간, 국제 해운 질서의 지각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그게 진짜 체크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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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306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