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선박 피격 (해상운임, 전손처리, 공급망 비용)
뉴스에서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안정됐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한숨 놓았다가, 또 며칠 뒤 선박 피격 소식을 접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저도 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또 공격이야?'라는 생각보다 먼저 들었던 게 "수리도 못 하고 통째로 폐선시킨다고?"였습니다. CMA CGM 산안토니오 폐선 결정은 단순한 선박 사고가 아니라, 전쟁 리스크가 기업 회계에 어떻게 찍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해운 비용과 공급망을 들여다보는 시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해상운임과 전손처리: 선박 한 척이 비용이 되는 순간
CMA CGM의 회장 겸 CEO인 Rodolphe Saade는 프랑스에서 열린 비즈니스 컨퍼런스에서 직접 밝혔습니다. 세계 최대급 컨테이너선 중 하나인 CMA CGM 산안토니오를 수리하는 것보다 해체하는 게 경제적으로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고요. 여기서 핵심 개념이 바로 경제적 전손(CTL, Constructive Total Loss)입니다. CTL이란 선박이 물리적으로 완전히 파손된 건 아니더라도, 수리비가 선박의 시장 가치를 초과할 때 보험·회계 처리상 '전손'으로 간주하는 기준입니다. 쉽게 말해, 고치는 돈이 새로 사는 돈보다 많으면 그냥 폐선시키는 게 합리적인 결정이 됩니다. 이번 폐선 결정은 그 기준을 그대로 통과한 셈입니다. 제가 이 사안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전쟁 피해로 선박이 손상됐다는 뉴스는 자주 봤지만, 세계 최대 선사 중 하나가 주력 대형 컨테이너선을 아예 폐선 결정한 사례는 흔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미사일 피격이 선체에 얼마나 심각한 손상을 줬는지 가늠이 됩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은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미-이란 전쟁 이후 상황이 반복적으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가스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 수로로, 이 수로가 불안해지면 에너지 시장 전체가 흔들립니다([출처: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https://www.eia.gov/todayinenergy/detail.php?id=61098)).
이 상황에서 해운사가 감수해야 하는 비용 항목은 단순히 피격 위험만이 아닙니다. 저는 이 뉴스를 볼 때마다 해협 통과 자체보다 통과 조건이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선사들이 지금 짊어지고 있는 추가 비용 구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쟁위험 할증료(War Risk Premium): 선박 보험에서 전쟁 지역 통과 시 부과되는 추가 보험료로, 호르무즈 해협이 분쟁 수역으로 지정되면서 이 할증료가 급등한 상태입니다.
- 호위 비용: 군함 또는 민간 경호 선박과 동행하는 비용으로, 대형 컨테이너선 한 척당 수십만 달러에 이를 수 있습니다.
- 항로 우회 비용: 호르무즈를 피해 희망봉 경유 등 대체 항로를 선택할 경우 연료비와 운항일수가 대폭 증가합니다.
이 비용들은 결국 해상 운임(Freight Rate)에 전가됩니다. 해상 운임이란 선박으로 화물을 운반하는 데 부과되는 기본 운송 요금을 말하는데, 분쟁 지역이 포함된 항로에서는 이 운임에 각종 할증료가 덧붙어 실제 화주가 내는 금액이 수배까지 뛰는 경우가 있습니다.
## 공급망 비용: 해협이 열렸어도 불확실성은 닫히지 않는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잠정 평화협정 MOU가 서명된 이후에도 상황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Ever Lovely 선박에 정체불명의 발사체가 충돌하면서 다시 양측이 미사일을 교환했고, 휴전은 사실상 깨진 상태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해협이 열렸냐 닫혔냐"만 보는 시각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통과가 가능한 것과 예측 가능하게 안전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공급망 리스크(Supply Chain Risk)라는 개념이 중요해집니다. 공급망 리스크란 원자재 조달부터 최종 제품 납품까지 이어지는 물류 사슬 어느 지점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나 중단 가능성을 말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이 지속되면 원유·가스 공급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닙니다. 컨테이너 운임이 오르면 제조업체의 부품 납기가 늦어지고, 재고 확보를 위한 버퍼 재고(Buffer Stock) 비용도 늘어납니다. 버퍼 재고란 공급 지연에 대비해 기업이 여분으로 쌓아두는 재고로, 이 비용이 커지면 기업 전체의 운전자본 부담이 증가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체감하는 건 납기 지연입니다. 원자재나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기업들은 운임보다 납기가 더 민감한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운임은 계약에 따라 헤지(Hedge)가 가능하지만, 납기 지연은 고객과의 신뢰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CMA CGM 산안토니오 폐선이 던지는 신호는 분명합니다. 세계 최대 선사가 최신 대형 컨테이너선을 손에 쓰지 못하게 됐다는 것은 선사 입장에서 선복량(Capacity) 감소를 의미합니다. 선복량이란 선사가 특정 항로에 투입할 수 있는 컨테이너 적재 능력의 총합으로, 이게 줄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운임이 오릅니다. 국제 해운 시황을 추적하는 발틱해운거래소(Baltic Exchange)에 따르면, 분쟁 수역 리스크가 고조될 때마다 주요 운임 지수가 단기간에 급등하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출처: Baltic Exchange](https://www.balticexchange.com)).
호르무즈 해협 이슈가 단지 "유가에 영향을 주는 뉴스"로만 소비되는 경향이 있는데, 제가 이 기사를 보는 시선은 다릅니다. 진짜 파급력은 에너지 가격보다 해운 운임과 공급망 전체에 퍼지는 불확실성 비용에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호르무즈 통행료·서비스 요금 문제도 여전히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라, 해협이 물리적으로 열려 있어도 추가 마찰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이번 CMA CGM 산안토니오 폐선 결정은 전쟁 리스크가 선사의 회계장부에 어떻게 기록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평화 합의가 서명됐다는 뉴스가 나오더라도, 공격이 반복되고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한 선사들은 더 비싼 보험료를 감수하거나 항로를 바꿀 수밖에 없습니다. 그 비용은 결국 운임에 녹아들고, 운임은 납기와 제조업 재고에 영향을 줍니다. 호르무즈 뉴스를 접할 때 "해협이 열렸나"보다 "예측 가능한 통과가 가능한가"를 기준으로 보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더 실질적인 판단 기준이 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해운·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www.marineinsight.com/cma-cgm-ship-hit-by-missile-in-strait-of-hormuz-to-be-scrapped-says-company-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