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재충돌 시장 영향 (호르무즈, AI반도체, 복합장세)

 뉴스 앱을 열었더니 "미국, 이란 공습 재개"라는 속보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저도 순간 숨이 멎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장을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차분했습니다. 브렌트유는 80달러 위로 올라갔다가 77달러 아래로 내려왔고, 유럽 증시는 오히려 반등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공포와 안도 사이 어딘가에서 시장이 줄타기하는 장면, 저는 요즘 이런 순간이 오히려 가장 읽기 어렵다고 느낍니다.\

## 호르무즈해협 리스크, 유가는 어디로

미국이 이란을 재공습한 명분은 호르무즈해협(Strait of Hormuz)의 항행 자유 보장이었습니다. 여기서 호르무즈해협이란 페르시아만에서 아라비아해로 이어지는 좁은 수로로, 전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약 20%가 이 지점을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통로입니다. 이 길이 막히면 유가는 단순한 리스크 프리미엄을 넘어서 실질적 공급 충격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브렌트유(Brent crude)는 지난 엿새 중 닷새를 올라 한때 배럴당 80달러를 넘었다가, 7월 9일 런던 장 초반에 77달러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브렌트유란 북해산 원유를 기준으로 하는 국제 원유 가격 지표로,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원유 거래의 기준이 되는 벤치마크입니다. 9% 가까이 뛰었다가 되돌린 것이니 단기 변동성이 상당했던 셈입니다.

제가 이 흐름에서 주목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전(full-fledged war)으로의 복귀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부분입니다. 이 한마디가 시장의 극단적 공포를 눌렀습니다. 중동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단순하게 읽히지 않습니다. 호르무즈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살아 있는 한, 유가가 쉽게 안정됐다고 말하기는 이릅니다.

## AI반도체 시장, 작은 호재에도 반등하는 이유

흥미로운 건 같은 날 AI·반도체 관련 주식들이 반등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두 가지 소식이 투자심리를 끌어올렸습니다.

- 중국 당국이 자국 AI 기업들에 Nvidia의 H200 칩에 대한 제한적 접근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

- SK하이닉스의 280억 달러 규모 미국 상장(IPO)이 청약 배수 7배를 넘어섰다는 소식

SK하이닉스 IPO(기업공개)는 규모 면에서도 눈에 띄는 건이었습니다. IPO란 비상장 기업이 처음으로 주식을 공개 발행해 증권 시장에 상장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이번 상장 대금은 AI 칩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공장 신설과 설비 투자에 쓰일 예정이며, 규모로는 지난달 SpaceX가 기록한 857억 달러 IPO에 이어 세계 두 번째에 해당합니다. 저는 AI주가 작은 호재에도 빠르게 반등하는 걸 직접 시장에서 지켜봐온 입장에서, 이 섹터가 아직 상승 기대를 완전히 놓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유럽 STOXX 600 지수에서 기술주가 1.3% 오르고 독일 반도체 기업 Siltronic이 하루 만에 10% 이상 급등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다만 상승의 기반이 펀더멘털 개선보다 뉴스 한 줄에 의존하는 구조라면 변동성은 언제든 다시 튀어오를 수 있습니다.

## 채권금리와 인플레이션, 시장의 진짜 긴장감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중동 긴장이 다시 불거지자 채권시장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10-year U.S. Treasury yield)는 월요일 이후 10베이시스포인트(bp) 상승해 4.56%에 달했습니다. 여기서 베이시스포인트(basis point, bp)란 금리나 수익률 변화를 표현하는 단위로, 1bp는 0.01%에 해당합니다. 즉 금리가 0.1%포인트 오른 것입니다. 일본 10년물 금리는 2.9%까지 치솟으며 199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호주 역시 4.933%로 한 달 만에 최고 수준을 찍었습니다. HSBC의 수석 멀티에셋 전략가 Max Kettner는 "금리 시장은 사실상 유가를 따라가고 있다"고 짚었는데, 제 경험상 이 말이 정확합니다.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올라가고, 금리도 그것을 반영합니다.

여기에 미 연준(Fed)의 6월 FOMC 의사록(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내용이 확인됐습니다. FOMC란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위원회로,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결정을 내리는 기구입니다. 새 연준 의장 Kevin Warsh 체제 첫 의사록인 만큼 시장이 더 예민하게 읽었을 것입니다. CME FedWatch 기준으로 올해 안에 금리 인상 가능성이 87%에 달한다는 시장 시그널은 결코 가볍게 볼 숫자가 아닙니다([출처: CME Group FedWatch](https://www.cmegroup.com/markets/interest-rates/cme-fedwatch-tool.html)).

## 복합장세, 하나의 변수로 읽으면 틀린다

제가 이 상황 전체를 보면서 가장 경계하는 건 단일 변수로 시장을 설명하려는 시도입니다. "중동 전쟁이냐, 기술주 조정이냐"처럼 이분법으로 접근하면 지금 장세는 제대로 안 보입니다. 유가·금리·AI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시장을 흔드는 구조, 이것이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복합장세입니다. 실현 변동성(realised volatility)이라는 개념도 여기서 짚고 가는 게 좋습니다. 실현 변동성이란 일정 기간 동안 실제로 발생한 가격 변동의 폭을 측정한 수치로, 해당 자산의 위험도를 사후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HSBC에 따르면 한국 KOSPI의 30일 실현 변동성은 현재 75%에 달합니다. 반면 미국 7~10년 만기 국채 ETF의 통상적 실현 변동성은 3% 수준입니다. 이 격차가 기관 투자자들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기술주를 얼마나 부담스럽게 보는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출처: Reuters](https://www.reuters.com)).

"중동 긴장의 다음 방향이 완화 쪽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유가를 추가 급등하지 않게 막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 저는 이 표현이 지금 시장 심리를 가장 정확하게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기다리되 베팅은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지금 같은 복합장세에서 특정 자산 하나만 보고 방향을 잡으면 놓치는 그림이 너무 많습니다. 유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것이 금리 기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AI 섹터의 반등이 펀더멘털에 기반한 것인지 뉴스 한 줄에 반응한 것인지를 함께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당장의 등락보다 세 축이 서로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주시하는 것이 지금 시장에서는 더 중요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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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live.euronext.com/en/financial-news/europe-steadies-after-fresh-middle-east-hostilities